::: 우리들의 이야기 :::


ID: 회원정보 없음 관리자  작성일시 - 2004년 09월 03일 금요일 오전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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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나, 진짜 엄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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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커서 뭐가 될라카노? 공부 좀 해라” “옆집 철이 좀 봐라, 공부 잘하지, 엄마 말 잘 듣지, 내가 무슨 팔자라서 이 고생인지 모르겠다” “니 그래갖고 밥 먹고 살겠나?” “내가 니 땜에 이 고생인데 니는 도대체 뭐꼬?” “니는 엄마 말도 잘 듣고 다 잘하는데 공부도 잘 하면 얼마나 좋겠노?”

애들이 부모에게서 제일 듣기 싫어하는 말들을 적어 보았습니다. 이런 얘기들은 절대로 수업시간에는 입 밖으로 나오지 않지요. 함께 과자라도 먹으면서 분위기를 한껏 잡아 뒷담 까기를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서 술술 터져 나오는데, 웬걸, 평소에는 말 한마디 않던 아이들도 게거품을 물면서 성토대회에 적극 참가하게 됩니다.

자기들 나름대로 쌓이긴 어지간히 쌓인 모양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엄마가 아예 자신의 인생계획을 다 세워놓고 자기를 꽁꽁 묶어놓고 있다고 투덜거립니다. 중학교 이 삼학년, 이맘때가 되면 부모에 대하여 냉정하게 바라보는 객관화가 서서히 이루어지는 시기인지라 차마 부모 앞에서는 말할 수 없는 불평들을 거리낌 없이 늘어놓는 것을 보게 됩니다.

만약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이 땅의 부모들 절반은 약간 맛이 갔거나, 스토커이거나 자식의 마음을 전혀 이해해주지 못하는 얼간이가 되고 말 것입니다. 아마도 ‘진짜 엄마 맞나’라는 아이들의 반응을 직접 맞보게 되신다면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자리에 눕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그런 거지요. 저 잘되라고 다그치는데 왜 몰라주느냐고 몹시 서운해 하시겠지만 아이들 입장도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 그 놈의 공부가 뭐 길래, 다른 것 다 잘해도 부모를 만족시킬 수 없느냐는 겁니다. 열심히 하다가도 공부 못한다는 말 듣고 나면 다른 것 다 잘 해도 아무 소용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기운이 쏙 빠진다고 합니다.

하면 된다고 하지만 해도 안 되는데, 나쁜 머리 나한테 물려준 게 도대체 누군데 나만 닦달하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들이 갖는 실망과 분노를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 어차피 성적으로 아이들을 판단하는 못난 세상에서는 일등과 꼴찌가 나누어지게 마련인데 우리 아이가 꼭 머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사랑을 빙자한 아이학대는 계속 될 것입니다.

모든 아이들이 지식공부를 해야만 하는 세상은 참 불행한 세상입니다. 공부를 하되 똑같은 공부를 할 게 아니라 제 나름대로의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농사공부를 하고 어떤 아이들은 그림을 그려야 하고, 어떤 아이들은 놀면서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하는 방법을 공부해야 되겠지요.

상상력이 풍부해서 밤새도록 무언가를 쓰고 있는 아이들을 책상에 앉혀 억지로 암기하는 공부를 시키면 서서히 망가지게 됩니다. 부모가 강압적으로 공부를 시키면 결국은 그 아이가 갖고 있는 놀라운 재능들을 다 잃게 될 뿐만 아니라 평생 부모를 원망하며 불행하게 살아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간혹 그렇게 강압적인 교육이 통하는 아이도 있긴 합니다만 대부분은 그렇질 못합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 가운데 사랑하고 북돋워주는 방법을 배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아이를 밀어붙이는 건 너 잘 되라고 하는 것이고 나중에는 나한테 감사하게 될 거라고 장담하시지만 어른이 된 우리 모두가 노부모에게 감사만 하고 살아가나요? 특히나 부모의 교육방식에 대해서는 ‘나를 너무 모르고 자기 방식대로 키우셨어’ 하며 아쉬워하는 구석도 있을 것 아닌가요?

“엄마 아빠 다 머리가 좋은데 너는 도대체 왜 그 모양이냐?” 오늘도 나는, 나도 모르게 아이들이 싫어하는 잔소리를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우리 아이가 무슨 색깔의 옷을 좋아하고 뭘 제일 잘 먹는지, 제일 친한 친구는 누구이며 가장 좋아하는 헤어스타일은 어떤 것인지, 지금 제일 고민하는 신체부위는 어디이며 누구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태 모르고 계셨다면 자신에게 이렇게 되물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나, 진짜 엄마 맞아?’

양희창(간디청소년학교 교장)

 


작성일: 2004년 08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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