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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작성일시 - 2004년 09월 03일 금요일 오전 1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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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간디청소년학교'에선-불과 10분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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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집사람과 함께 조카를 데리고 대구에 있는 문화예술회관에 갔습니다. 공연을 보러 간 게 아니라 인라인 스케이트를 잘 타는 조카와 같이 놀아 주려고 저녁 늦게 회관 마당으로 간 겁니다. 더위를 피해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당 한 켠 에서는 마침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인라인 강습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여러분은 애인이 없지요? 나는 102명의 애인이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제 애인 사귈 때가 되었습니다.” 강습지도자가 농담치고는 어린 아이들에게 과한 얘기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계단에 걸터앉았습니다. 그 때 목청껏 그 청년은 아이들에게 소리쳤습니다.

“맨 앞줄에 있는 두 남자 어린이, 앞으로 나오세요. 이제 누가 더 잘 타는지 보겠어요. 다른 어린이들은 잘 하는 친구에게 박수를 쳐 줍시다.” 어이구, 노는 것까지도 저렇게 경쟁을 시켜야 하나, 그냥 재미있게 타도록 도와주면 될 텐데, 참으로 경쟁의 논리는 끝도 없구나 하는 푸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 순간 한 아이가 움찔하면서 제대로 앞으로 전진 하지 못하자 그는 낮은 목소리로 무게를 잡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에이, 남자가 결코 두려워해서는 안 되지” 남자는 무서워해서도 안 되고 눈물을 흘려서도 안 되나, 화장실에선가 그 비슷한 문구를 보고 별로 기분이 안 좋았는데, 남자니까 안 되는 게 참 많구나, 그런데 바로 옆에 앉아있는 여자 아이들은 뭐지? 은연중의 성 차별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인간 지질이도 못난 얘기만 하고 늘어놓는 구나’

또 다시 그는 마치 자신이 아이들 앞에 군림한 장군처럼 엄포를 놓았습니다. “내 말 안 듣고 떠드는 어린이, 좋습니다. 여기서 마칩시다. 그냥 집으로 가세요. 그리고 수료증이고 뭐고 없으니 내일 나오지 마세요.” 애들이 떠드는 게 당연하지, 지가 좀 재미있게 가르칠 일이지, 아이들 협박까지 하면서 뭐하는 짓거린지,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때 저는 저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분, 지금부터 제 말 안 듣고 떠드는 아이들은 똥 침 열 대입니다. 그래도 떠드는 아이, 제가 무슨 벌을 줄지 압니까? 말 안 듣는 아이, 제가 뽀뽀해 드리겠습니다. 아주 혓바닥을 깊숙이 넣어 핥아드리겠습니다.” 소름이 끼치고 순간 너무 불쾌하여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아내가 먼저 자리를 옮기면서 몹시 격앙된 목소리로 화를 벌컥 내는 겁니다. “저런 놈이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

놀라운 것은 대 여섯 살 되는 수강생 아이의 엄마들이 여러 분 함께 계단에 앉아 계셨건만 강사가 하는 소리를 계속 듣고 있으면서도 어느 누구 한 분도 그 잘못됨에 항의하거나 아이를 데리고 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더라는 겁니다. 제가 이토록 흥분하는 것이 오히려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일인지, 아이들의 엄마들은 저토록 태연한데,

아마도 속으로는 몹시 마음이 언짢았겠지만 항상 아이들을 볼모로 잡혀, 가르치는 자에게 순종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지라 말도 못하고 속만 태운 것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불과 십 분 사이에 생겨난 일입니다. 그 짧은 시간에 저는 이 사회의 경쟁논리와 성적차별과 희롱, 편견과 아동학대가 수동적으로 길들여진 부모의 비호아래 ‘가르침’이라는 이름으로 완벽하게 구현된 산교육의 현장을 목격하였던 겁니다.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구나, 우리의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저렇게 길들여지고 서로를 적으로 생각하면서 나쁜 것을 먼저 배우게 되는 구나’하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우울하였습니다. 제발 그 청년, 옳지 않은 세상의 가르침을 자신의 훈장으로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편견과 오만을 전달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오늘 혹시 그 현장에 계셨던 부모님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인라인 스케이트 잘 타는 것보다는 아이들의 영혼이 좀 먹지 못하도록 신경을 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양희창(간디청소년학교 교장)

작성일: 2004년 08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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