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들의 이야기 :::


ID: 회원정보 없음 관리자  작성일시 - 2004년 09월 03일 금요일 오전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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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따로 국밥으로 노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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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지나치게 내성적이라 말도 잘 안 하고 숫기가 없어서 걱정이에요”
입이 딱 벌어져 한동안 대꾸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제일 설치고 다니는 말썽꾸러기가 내성적이라니, 어머님께서 저하고 농담을 하시는 건가 싶어 쳐다보니 너무나 진지하게 걱정스러운 얼굴을 비치시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아이, 시도 때도 없이 후배들을 괴롭히고 여학생들에게도 너무 짓궂게 굴어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학교를 쉴새없이 누비고 다니며 온갖 허풍을 늘어놓는 천하의 떠벌이가 부모에게는 순한 양으로 각인된 것이지요.

이런 일이 참 많이 일어난답니다. 학교에서의 생활과 집에서의 생활이 전혀 다른 이중적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이 꽤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그 아이는, 집에서는 엄마가 보는 것처럼 그렇게 조용히 지냈던 게 분명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원하는 대로 행동했던 아이들은 이제 몸짓은 어른만큼 커졌지만 여전히 부모가 원하는 모습을 거부하기 어려워 학교 따로 집 따로 생활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이지요.

‘엄마가 알아서 척척 다 해 주어서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스럽다’, ‘아빠가 너무 강압적이어서 이야기하기가 싫다’, ‘엄마 아빠가 너무 완벽하고 청교도적이어서 숨막힌다’, ‘나를 사랑해 주시는 것은 알지만 엄마는 자기가 원하는 모습만 보기를 원한다’, ‘내가 마치 엄마 인생을 대신해 살아주기를 바라시는 것 같다’

평소 이런 불평을 털어놓는 아이들이 친구들과 교사를 대할 때와 학교를 방문한 부모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달라 당황했던 경험이 이제 차곡차곡 쌓여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답니다.

또 부모들로부터 ‘중학생 아이를 부모와 떼 놓는 게 과연 교육적으로 옳을까요? 기숙사학교에 보내는 것이 미덥지 않아서, 그래도 아이는 부모가 키워야 하지 않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예, 어머님 말씀이 옳습니다. 아이는 부모와 함께 교감하고 자라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기숙사 학교를 보내야 할 만큼의 교육적 가치나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면 집에 있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늘상 저는 그렇게 대답하지요.

그 이유 중에 부모와 떼어놓는 게 그 아이로 보아서는 나을 아이들도 가끔 있다는 말입니다. 부모가 저에게 찾아와서 솔직히 털어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선생님, 저 아이는 내 뱃속에서 나왔지만 저와는 너무 달라 사사건건 부딪히게 되네요. 이제 머리도 굵어지는데 저와 함께 있으면 저 아이도 망가지고 나도 불행해질 것 같아요. 선생님이 좀 맡아주실 수 없을까요?” 이런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생활하면서 오히려 부모와의 관계가 나아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를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집착이 덜해지고 아이는 아이대로 부모를 객관화하면서 부모를 이해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지요.

또 다른 이유 중에 한 지붕 남남 가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같이 살지만 실제로는 남남처럼 사고하고 서로를 전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지요. “이제까지 재한테 들어간 돈이 얼마인지 아세요? 초등학교 때부터 실력 있다는 영어선생은 다 붙였는데, 아마 영어과외만 줄잡아 1억원이 넘을 겁니다. 그런데 성적은 밑바닥을 기고 있으니 속상해 죽겠어요.” 대학진학을 앞둔 아이를 둔 이 엄마의 하소연 속엔 많은 진실이 숨겨져 있지요.

이 아이는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하루에 서 너 개씩 과외를 받으며 하루 일과를 기계적으로 움직여 왔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공부에 소질이 별로 없는 아이가 아무리 좋은 선생을 붙여본 들 하루종일 졸고 앉아 있었을 게고, 수년간을 뒷바라지 해온 엄마의 수고도 이젠 물거품이 되어 버릴 지점에 이른 거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 돈으로 아이가 실컷 여행도 다니게 하고,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게 하는 건데 하는 후회를 들으면서,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을 전전하며 집이라곤 잠시 여인숙처럼 머물다가 떠나야 하는 아이들의 피곤한 일상이 가족 속에서 전혀 나누어지지 않는 서글픈 현실이 야속한 겁니다. 가족해체 현상을 교육이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부채질한다는 게 이상하지 않은가요?

양희창(간디청소년학교 교장)
 


작성일: 2004년 09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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