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세계 대회 준비에 땀을 흘리면서도 탁구 꿈나무들을 위해 ‘유승민 탁구 교실’(2일~7일)을 여는 등 올림픽의 감동을 탁구 사랑으로 이어 가려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한국 탁구의 대들보 유승민 선수를 만났다.
“똑딱 똑딱! 똑딱 똑딱!”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 탁구체육관에서 정식 훈련에 들어간 유승민 선수의 눈빛에서, 왕하오 선수(중국)와 숨막히는 승부를 펼치던 바로 그 순간의 매서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한 번도 진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왕하오 선수가 부담감이 커서 긴장해 있었고 저는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만 집중해서 이길 수 있었지요.”
유 선수는 결승 경기 초반에 이미 승리를 자신했다고 한다. 그 동안의 전적(6 전 6 패)으로만 보면, 왕하오 선수에게 불리했지만 이번만은 달랐다. 유 선수가 초반에 ‘이면타법’ 공격을 여유 있게 막아 내자 왕하오 선수가 당황하기 시작했던 것.
“9 세 때 탁구를 처음 시작하면서 품은 꿈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그 순간에도 그 꿈이 떠올랐어요. 공 하나하나에 제 모든 것을 걸었습니다.”
유 선수의 강한 드라이브 공격을 왕 선수가 막아 내지 못해 금메달이 결정되는 순간은 어느 드라마도 연출할 수 없는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유 선수는 7 세 때 외삼촌이 운영하는 탁구장에 놀러 갔다가 처음 라켓을 잡았다. 그 뒤 인천 주안초등 2학년 때 탁구 팀에 들어가 기본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4학년 때 전국 대회서 첫 1등을 한 이래 6학년까지 국내 경기서 한 번도 지지 않고 10 관왕을 차지하면서 ‘탁구 신동’ 소리를 들었다. 6학년 땐 일본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1위를 하며 세계 탁구계의 관심을 끌었다.
한번 목표로 한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시련이라도 견뎌 내는 독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유승민 선수.
부천 내동중 3학년 유 선수는 1997년 역대 최연소로 국가 대표에 뽑혔다. 그 2 년 뒤 아시아주니어대회 단ㆍ복식을 휩쓸었다.
그 때까지 막힘 없이 승리의 길을 달리던 유 선수에게도 어려운 고비가 닥쳤다. 2000년(당시 포천 동남종고 3학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1회전 탈락, 2002년 아시안 게임 때 결승전 역전패 등 힘든 시기도 있었다.
“진 경기는 빨리 잊습니다. 제 목표는 항상 한 가지였거든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 한두 경기에 졌다고 이 목표가 달라진 것은 아니잖아요.”
오전 6시에 일어나 달리기ㆍ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후 오전 9시~12 시까지 연습, 오후 3시~6시 연습, 오후 7시 30분~8시 30분까지 연습…, 그의 일과는 온통 훈련뿐이다.
그러나 유 선수는 지금의 이런 훈련도 어렸을 적에 하루에 4 시간만 자고 탁구를 쳤던 것에 견주면 힘들지 않다고 말한다. 바로 올림픽 금메달이 한 순간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유 선수는 “요즘 초등학교와 중학교 선수들의 정신력이 약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며, “목표를 정한 다음에 독한 마음 먹고 어떤 어려움이라도 이겨 내야 됩니다. 중간에 포기하면 안 됩니다.”고 충고했다.
앞으로 10 년은 더 운동을 할 것이라는 유 선수는 “이제 새로 시작해야지요.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에 힘을 쏟을 것입니다.”라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보이는 반짝 관심보다는 유럽이나 중국처럼 국민들의 탁구에 대한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을 바랍니다.”고 말했다.
2004-10-20 매일신문 어린이웹진